AI 시대, 개발 조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최근 현직 인프라 엔지니어와 긴 대화를 나눴다. Claude Code의 Opus 4.6 업데이트 이후, 개발 조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추상적인 전망이 아니라,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라 기록해둔다.
프론트엔드 개발자 대신 Claude Code Max 구독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례. 연구소급 회사에서 백업 PC(사내 인원이 쓰는 내부 툴)를 만들어야 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채용을 요청했더니, 회사에서 개발자 대신 Claude Code Max 구독을 해줬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디자인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는 Claude Code가 프론트엔드 한 명분의 일을 충분히 해냈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개발 TO 하나가 사라졌다.
이건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신입 공채, 이미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만난 카카오 이사님 이야기로는, 국가에서 밀어넣는 거 아니면 신입 공채를 안 하고 있고, 빈 TO가 있어도 절대 안 채운다고 한다. 경력이나 소개로만 들어간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의 하한선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Opus 4.6을 보고 나서 느낀 건, 소프트웨어는 그냥 다 해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OS 레벨이나 로우레벨로 내려가면 AI가 좀 멍청해졌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꽤 잘 한다.
”넓게 아는 사람”이 승자
지금 시대에 가장 유리한 포지션은 **“얕지만 넓게 아는 사람”**이다.
깊고 좁게 아는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조금씩 알고 있는 사람이 Claude Code로 프로젝트를 N개씩 병렬로 돌릴 수 있다. 실제로 동시에 5~7개 세션을 띄워놓고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엄청 깊은 프로젝트일 필요도 없다. 적당한 깊이의 프로젝트를 충분히 돌릴 수 있다.
팀장급은 오히려 유리해졌다
역설적이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더 중요해졌다. 팀장급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의사결정 권한, 전체 컨텍스트를 가진 사람이 밑에 있는 실무를 AI로 돌려버릴 수 있게 됐다.
반면, “밑에서 코드만 짜는” 포지션은 대체 가능해지고 있다.
인프라는 아직 여유가 있다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 쪽은 거의 정리됐지만, 인프라 쪽은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물리 서버 세팅, IDC 관리, 네트워크 구성 같은 것들은 AI가 아직 직접 할 수 없다. 자격증 몇 개 따놓으면 당분간은 괜찮다는 판단이다.
다만, 인프라의 소프트웨어 세팅 부분은 이미 끝났다. 남은 건 물리적인 부분뿐이다.
AI 시대의 문서화: 코드가 아니라 “왜”를 기록하라
대화에서 가장 인사이트가 있었던 부분이다.
“코드 설명에 대한 문서라기보다는 어떤 결정을 내렸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거든요.”
논리는 이렇다:
- 내가 AI로 코드를 짰다
- 다음에 오는 사람도 AI로 짤 것이다
- 코드 자체의 문서화는 의미가 줄었다 (AI가 코드를 읽고 설명할 수 있으니까)
- 중요한 건 “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 그래야 다음 사람이 AI에게 “현재 상황 파악해줘”를 시켰을 때, AI가 정확히 맥락을 잡을 수 있다
인수인계의 방향성이 바뀌었다. 코드 리뷰 문서가 아니라 **의사결정 기록(ADR)**이 핵심이 된다.
정량화가 더 중요해진 이유
또 하나 날카로운 지적. AI 시대일수록 업무의 정량화가 더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개발자 본인이 보기에 “이거 Claude Code에 플랜모드만 잘 쓰면 딸깍 할 수 있겠는데?”라고 느끼는 일이 있다. 하지만 비개발자가 보기에는 4시간짜리 작업으로 보일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비개발자가 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기능 추가가, 실제로는 AI로도 복잡한 작업일 수 있다.
공수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오히려 체계적인 업무 기록과 정량화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
Claude Code vs Coder (커서/코어크)
궁금했던 비교. 결론은 명확했다.
- Claude Code를 쓸 수 있으면 굳이 Coder를 쓸 필요 없다
- 오히려 Coder 쓰는 게 좀 더 불편하다
- Claude Code가 할 수 있는 것들을 Coder도 똑같이 할 수 있지만, Claude Code가 더 빠르다
- Coder는 개발을 모르는 사람들이 GUI에서 쓰기 편하게 만든 편의성 도구
즉, CLI에 익숙하면 Claude Code가 무조건 상위호환이다.
SI 시장의 변화
대규모 SI 시장은 문제가 생겼다. 기존에 대형 SI 업체들의 강점은 자체 라이브러리와 프레임워크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그 “빠릿빠릿함”을 AI가 대체해버렸다.
반면, 소규모 SI/프리랜서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더 빨리 쳐낼 수 있게 됐고,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졌다. 피그마에 코멘트 달면 실시간으로 해소해버리고, 수정된 결과를 바로 확인시켜줄 수 있다.
디자인이 유일한 병목
Claude Code가 거의 모든 걸 해주지만, 디자인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 코드를 보지 렌더링된 화면을 직접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아스키아트로 레이아웃을 표현해서 Claude Code에게 포커스 포인트를 알려주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긴 하지만, 추가 컨텍스트가 필요하다.
디자이너 없이 개발하는 경우,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는 끝까지 날아다니지만, 디자인 픽셀 퍼펙트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그때부터 좀 힘들어진다.
결론
정리하면:
- 소프트웨어 개발 TO는 줄고 있다 - 이미 현실
- 넓게 아는 사람 + AI 병렬 운영이 새로운 생산성 공식
- 문서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 코드 설명 → 의사결정 기록
- 정량화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 공수 파악이 어려워졌으므로
- 인프라, 연구(ML/CV), 하드웨어는 아직 여유 - AI가 물리 세계는 아직 못 함
- 디자인이 마지막 병목 - 그 외에는 Claude Code가 거의 다 커버
지금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은, AI를 잘 쓰는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의사결정을 잘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