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


로보틱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최근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들을 정리한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교차점에 있는 로보틱스 회사의 전략에 대한 생각이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답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소프트웨어만으로 BM을 만드는 건 이제 끝나가고 있다. Claude Code에 Opus 4.6을 올려보니, 기존에 우리가 만들어온 소프트웨어 수준의 것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LLM이 패턴 기반이라 창의성이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창의성”이 과연 특별한 것일까? 이 속도로 발전하면 창의성이라 부를 만한 수준도 곧 도달할 것 같다.

중국이라는 변수

로봇 하드웨어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 보스턴 다이내믹스 Atlas: 2억 원
  • 유니트리(중국) 휴머노이드: 5천만 원 (1년 전 가격)

4배 차이. 이건 무시할 수 없는 격차다. 더 이상 중국을 짝퉁으로 볼 수 없다. 하드웨어 단가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우리의 전략은 크게 두 축이다.

축 1: SI + 정부 지원 사업으로 현금 확보

로보틱스 SI 시장은 웹 SI와 다른 특성이 있다:

  • 단가가 크다 - 최소 억 단위가 기본
  • 종사자 연령대가 높다 - 업력 20~30년, AI 도구를 잘 못 쓴다
  • 정부가 돈을 푼다 - 로보틱스가 국가 유망 산업이라 지원 사업이 많다

이 조합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Claude Code를 제대로 쓸 수 있는 팀이 SI 시장에 들어가면, 기존 업체 대비 압도적인 속도로 납품할 수 있다.

외국인 직원들을 SI 출장에 투입하고, R&D는 한국인 직원들이 사내에서 진행하는 구조를 잡고 있다.

축 2: 뉴럴넷 기반 제어 모델

여기가 핵심이다.

스테레오랩스(Stereolabs)라는 회사가 좋은 참고 사례다. 이 회사의 ZED 카메라는 사실 하드웨어 성능이 압도적으로 좋지는 않다. 하지만 카메라 안에 뉴럴넷을 넣어서 노이즈를 깨끗하게 보정해주는 모델이 들어있다. 결과적으로 카메라 성능이 훨씬 좋아진다.

우리도 같은 접근을 하려 한다. 모터를 좀 안 좋은 걸 쓰더라도, 우리 제어기에 들어있는 뉴럴넷과 함께라면 더 높은 해상도의 제어가 가능하다 - 이게 우리의 가치 제안이다.

구체적으로는 강화학습 기반의 모터 제어 모델을 직접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온갖 모터를 테스트하고, 각 모터 특성에 맞는 제어 정책을 학습시켜서, 사화(해자)를 만든다.

M&A 카드

실제로 M&A 제안을 받았다. 나우로보틱스에서 약 80억 규모의 제안이 왔는데, 기존 주주들이 “10배 뻥튀기 보고 왔는데 겨우 2배면 안 된다”며 반대해서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카드는 항상 열어두고 있다. 대기업이 각 잡고 뉴럴넷 제어를 직접 연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우리를 사는 게 훨씬 싸게 먹힐 거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인프라 비용: IDC vs 클라우드

AI 연구소급으로 운영할 거라면, 직접 인프라를 까는 게 무조건 싸다.

AWS 오토스케일링보다 직접 서버를 운영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물론 관리비가 들어가지만, 지속적으로 학습시킬 데이터와 모델이 있다면 어떤 짓을 해도 직접 하는 게 낫다.

단, 3개월짜리 단기 프로젝트라면 클라우드가 나을 수 있다. 연구소 단위 장기 운영이라면 자체 인프라가 정답이다.

현재 B200이나 B300 서버를 구매하려 하고 있는데, 서버 한 대가 6~7억이다. 이걸 사면 IDC로 옮겨야 해서 대공사가 필요하다.

급여와 인사 고민

15명 규모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고민들:

  • 매년 20~30%씩 올리던 급여 인상률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 다른 회사(연구소급) 기준으로는 연 3~5% 인상이 평균
  • 하지만 기존에 적게 주다가 올려온 거라 이게 “권리”가 되어버렸다
  • 추가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에 초과근무수당을 챙겨주는 게 나을 수 있다

AI 도구 성능이 올라갈수록, 사측의 협상력도 올라간다. 냉정하지만, “짤려도 어차피 갈 데 없잖아”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Claude Code로 SI를 돌리기 위한 인프라

이 고민의 결론으로, 실제로 구축한 것이 있다. SI 현장에 보내는 엔지니어가 Claude Code를 바로 쓸 수 있도록:

  1. 잘 짜여진 CLAUDE.md 파일 - SDK와 함께 납품
  2. SI 프로젝트 스캐폴딩 자동화 - 한 명령으로 프로젝트 구조 생성
  3. 의사결정 기록 시스템 -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추적
  4. MD 파일 보호 - 인스트럭션도 자산이니까, 고객에게 주되 내용은 보호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룬다.


결론

로보틱스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1.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안 된다 - 뉴럴넷 + 하드웨어의 교차점에서 해자를 만들어야 한다
  2. SI로 현금을 벌어라 - 로봇 SI는 단가가 크고, AI 도구를 잘 쓰면 기존 업체 대비 압도적
  3. M&A 카드를 열어둬라 - 직접 연구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사고 싶은 회사가 되어라
  4. Claude Code 인프라를 깔아라 - 엔지니어 한 명이 프로젝트 5개를 돌릴 수 있게
  5. 의사결정을 기록하라 - AI 시대에 남는 건 코드가 아니라 맥락이다